온라인 친구들은 다양하고 넓다. 그러나 깊지 않다. 깊을수가 없다는것이 정확한 표현일지 모르겠다. 진짜 통하는 친구는 온라인과 상관없이 깊을수 있다는 기대는 그야말로 기대로만 들린다. 그렇더라도 나는 블로그로 진짜 통하는 온라인 친구를 만나길 기대한다.

친구중에 고등학교 친구는 특히 깊다. 특히 깊은 이유는 나도 모른다. 나도 모르는 이유에 상관없이 유독 고등학교 친구는 그 우정의 깊이가 산속의 계곡물 처럼 맑고, 섬 앞바다 처럼 깊다는 것이다.

1년에 한두번 만날까 말까하지만 산속 계곡물 처럼 맑고 깊은 친구들과 이번 주말 경기도 가평 용추계곡으로 놀러가게 되었다.

렌트한 뉴EF소나타 안에서 아저씨 다섯이서 꾸역꾸역 들어가 앉았는데 내가 말랐다는 이유로 뒷자리 가운데에 앉았다. 엉덩이가 아프고 등은 땀에 젖어 불쾌하였는데, 장난꾸러기 친구놈이 털뽑고, 스킨쉽하고 간지럽~히면서 계속 갈군다.

모든걸 포기하고 인내하는 가운데 황당하면서도 두고두고 써먹을 재미있는 사건이 일어났으니, 앞자리 조수석에 앉은 친구가 펜션 가는 지도와 연락처가 담긴 프린트물을 설렁설렁~ 보며 실실 웃다가 그만 놓쳐서 열린 창문으로 프린트물이 날라가게 되어 버렸다. 순간 차안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거친 아저씨들은 조수석에 앉은 친구한테 온갖 악담과 욕을 퍼부었다. 친구는 집중포화에 어쩔줄을 몰라했다. 그러나 5분뒤쯤 악담과 욕은 모두가 웃음으로 바뀌었고, 목표가 있으면 어떻하든 도달하는 사람의 신기한 능력이 있기에, 우리는 목적지에 당당하게 도달했다. 목적지에 도달하고 보니 재밌는 추억을 안겨준 친구가 오히려 고마웠다. '블로그에 쓸거리가 생겼구나~'

펜션에서 짐을 풀고, 우리는 소주에 고기 먹을 준비를 하고 숯불위에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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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션 위치정보가 담긴 프린트물을 날린 친구, 우리에게 웃음을 주었다.

섬세하고 힘이 필요한 '플로리스트', '화원' 일을 하는 사장님인 내 친구는 고기도 직접 구워야 성이 차는 만능 일꾼이다. 듬직한 내 친구가 고기를 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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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 먹고 소주가 들어가면서 걸쭉한~ 친구들의 인생 얘기가 시작되었다. 그 걸쭉한~ 얘기들은 막걸리 사발처럼 걸쭉하였고, 소주 한잔 처럼 쓴데, 보통 어울리는 사람들과는 결코 나눌수 없는 맑고 깊음이 있었다.
- 회비가 잔뜩 밀려 우리 친구들한테 소흘하다는 집중 포화를 받은 친구
- 공무원 준비를 몇년간 하고 있지만 특별한 결과 없어 힘든 삶에 지친 친구, 그럼에도 새롭게 의지를 다지는 친구
- 한창 여자친구가 생길듯~ 말듯~ 하는 상황을 설명하면서, 행복한 고민을 하는 친구
- 지금 연봉으로 여자친구를 책임져야 하는 힘든 삶에 대한 고민
- 여자친구가 예전에도, 앞으로도 생기지가 않을것 같기에, 그 친구를 위한 특별한 대책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진지한 얘기 (그 대상은 나였다. 몇년째 듣는 얘기였다.)

친구들은 괴물이다. 나는 친구들의 주량을 겨우 쫓아갔다. 친구들은 술에 허우적거리는 나를 재촉했다. 지끈거리는 머리에 겨우 잠들었는데, 후덥지근한 여름에도 시원한 공기와 계곡물 소리 때문에 잠은 깊게 들었다.

놀러가서 먹는 아침은 늘상 라면이다. 놀러가서 아침에 라면을 먹으면 해장이 잘되는 것 같다. 아저씨 다섯이서, 라면 여덞 봉지를 헤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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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다섯이서 먹은 술병의 흔적들, 이것은 단지 일부일 뿐이다. 저 많은 술을 먹었고, 나도 그속에 있었다는 것이 신기하였다. 그럼에도, 최고 친구들과 맑은 산속에 있었다는 이유때문인지 나는 멀쩡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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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카를 몰고 발을 담글만한 계곡을 찾아 몸과 마음을 식혔다. 계곡물은 맑고, 물소리는 시원하고, 그속에 어울리는 아이들은 행복해 보였고, 그 모습을 감상하는 우리는 세상과 싸워가며 쌓아놓은 근심들을 잠시나마 씻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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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중 나만 센달을 신고 와서 계곡물에 물을 담글수 있었다. 담근 발에서 느껴지는 시원함은 내가 그토록 바랬던 에어컨과도 차원이 틀린 시원함이 있었다. 작년 제주도에서 느꼈던 만녕굴 동굴 안에서 느꼈던 시원함이 다시 느껴졌다.  센달을 신고오길 잘했다. 자연에서만 느낄수 있는 시원함이 지금도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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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집에 도착했고, 친구들은 서울로, 강릉으로, 부산으로 다시 자기 삶을 살기 위해 떠났다. 나를 찍은 독사진중 재미있는 사진 하나 있어 올리면서, 이번 계곡 여행 수필을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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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담배를 피지 않는다. 다만 엉성하게 폼 잡은 평범한 남자임을 증거한다. 그래도 나도 이젠 폼좀 잡고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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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산골
산골 블로그 소개 저는 하얀머리 개발자와 작가를 꿈꾸는 블로거 산골 입니다. 프로그램 개발자로서 저의 관심사는 개발자의 숨통을 트여준 아이폰 개발, 철학과 같은 깊이가 있는 객체지향 방법론입니다. 글쓰기와 수영을 좋아합니다. 블로그를 통해 관심사를 공유합니다. 제 블로그에 관심 있으시면 아래 RSS나 즐겨찾기로 편하게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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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sepial 2007.07.23 00: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친구분들이 하나같이 다 얼굴이 참 맑으시네요....말~술 마시는 사람들 같지 않은데~~~ㅋㅋ~
    근데 "여자 친구가 예전에도, 앞으로도 생기지가 않을 것 같"은 분이라는 근거가 궁금합니다. 제가 보기엔 인연을 기다리느라 아무나랑 만나지 않아서 그런 오해를 사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만.....그냥 친구로라도 여자친구를 많이 만드시기 바래요~~~~
    홧팅!

    • BlogIcon 산골 2007.07.23 01: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샛별누님 블로그 놀러갔다 왔는데~
      샛별누님도 동시에 제 블로그 와주셨네요~
      고맙습니다~!

      친구들이 하나같이 맑은것 같지는 않지만...무지 착합니다~!

      그리고 여자친구에 대한 격려 고맙고요~
      마침 화요일날 그냥 친군데 예쁜 친구 만나기로 했어요~
      만나면 또 후기 올리던가 해야겠어요 헤헤~

      휴가라 새벽까지 놀려고 합니다~!
      남아공은 이제 일과시간인가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헤헤~ ^^

  2. BlogIcon 로망롤랑 2007.07.23 09: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밌게 노셨는지요??
    재밌어보이네요..친구분들과 정다운 이야기도 맘껏 나누시고..
    시원한 물에 발도 담그시고...부럽습니다...^^
    사진들 재밌게 구경했어요~~

    • BlogIcon 산골 2007.07.23 10: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월요일 아침부터 롤랑님의 댓글을 받으니 기분이 좋습니다~!

      남들 주말에 종종가는 계곡 여행,
      저는 1년에 한두번 겨우가는 여행이라 기억에 오래오래
      남을것 같아요~

      특히나 이렇게 블로그에 올리면 오래 남겠죠
      오랫동안 여행의 여운을 기억해야겠습니다~!

  3. arma 2007.07.23 11: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엇~! 동헌아 너 휴가였니??? ^^

    • BlogIcon 산골 2007.07.23 21: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물음처럼 저의 존재감은 촛불에 불과하지만,

      당장 봬지 못하는 팀장님의 존재감은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과 같습니다.

  4. 이윤하 2007.07.23 11: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생은 자신감^^
    곧 멋진 아가씨가 생길거야.......

  5. BlogIcon 블랙버리 2007.07.23 19: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온라인 친구들은.. 이렇게 글이 시작해서 온라인 활동하시는 분들과 계곡에 다녀온지 알았어요..^^;;;
    시원한 주말 보내셨어요???

    • BlogIcon 산골 2007.07.23 21: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시원한 계곡물에 담근 나의 발에서
      아직도 담궜던 때의 시원함이 미세하게 진동하고 있다.

      이 시원함은 에어컨 보다 인간의 몸에 와닿으면서,
      선풍기 보다 자연스럽다.

      모든 진리는 책 또는 자연에서 찾아야 내 몸에서
      받아들이는 듯 하다.

      이 자연스러움을 블랙버리 후배도 느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