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내가 개발자를 천직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개발자들이 선하기 때문이다. 4년의 군대생활 동안 훌륭한 분들 많았지만 거친 사람도 많았다. 한달의 신입사원 대기 기간 동안 영업사원들과 지냈는데 험한 영업세계에서 살아남아야 했기 때문인지 그 사람들도 거칠었다.

개발자들과 본격적으로 어울려 지내면서 깐깐한 개발자 조차 나름의 순진함을 발견하고는 나는 이쪽 세계에 발 들여놓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몇년후 예를 들었던 깐깐한 개발자는 거친 SI세계를 겪으면서 그 순진함이 냉소로 가득 바뀐것을 보고 깜짝 놀랬던적이 있긴 했다.

 그럼에도 개발자는 대개 선하기 때문에 개발자들이 좋고, 내가 개발자란 것이 좋다. 사실 좋다고 강조하는 것은 IT맨의 사직서등의 열악한 환경에 대비하고자 일종의 최면을 거는것과 비슷한 안타까움이 있기도 하다. 좌우지간 최근 개발자들처럼 선한 사람들을 또 발견했는데 바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이다.

 두번째 오프라인 모임은 느긋했다. 김훈 작가의 '개:가난한 내발바닥의 기록'을 보면 엄마개의 첫째 새끼가 단단히 닫힌 엄마 자궁을 힘겹게 겨우 뚫고 나오느라 다리뼈가 부러졌는데, 나머지 새끼들은 형이 이미 길을 뚫어놨기 때문에 수월하게 세상밖으로 나온 얘기가 있다. 시작이 반이라고 한번 길을 뚫으면 다음은 쉬워지는 법이다. 이번에는 다행히(?) 남자분들도 많이 나오셨다.

 오후 두시부터 밤늦게 까지 무슨 대화를 해야 되나 고민했지만, 남자분들은 우리회사 형들처럼, 동생 처럼 털털하여 편했고, 여자분들은 사촌 누나, 여자 후배들 처럼 자연스러워서 편했다.

 아닌 경우도 간혹 있지만, 책에는 보통 인류가 지향하고자 하는 바른 지식이 담겨져 있고, 바른 삶을 추구하는 이상이 담겨져 있다고 보는데,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바른 지식을 얻고 있고, 바른 삶을 추구할것이라고 거창하게 생각해보았다.

 그래서 이번에 만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선하고, 털털하고, 꾸밈이 없었다. 나도 책을 더 읽고, 계속 오프라인에 참석하다 보면 어설프게 선하고, 어설프게 털털하고, 어설프게 꾸밈 없어 보이는 내 모습을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말하기를 귀찮아하는 내가 오후 두시부터 밤 열시까지 나름대로 대화로 어울려 보느라고 애쓰다 보니 역시 5Km 완전군장 구보 뛴것처럼 피곤하여 오자마자 바로 쓰러져 잤다.

 서서히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균형을 찾아가는 하루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책 나눔 시간에 '찐따' 님으로부터 받은 책, 나는 깊이있는 분의 사색이 담긴 이런 책을 제일 좋아한다. 다 읽고 꼭 리뷰를 올려야 할 것이다, 나는 '남한산성' 과 '지도 밖으로의 행군'을 책 나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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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산골
산골 블로그 소개 저는 하얀머리 개발자와 작가를 꿈꾸는 블로거 산골 입니다. 프로그램 개발자로서 저의 관심사는 개발자의 숨통을 트여준 아이폰 개발, 철학과 같은 깊이가 있는 객체지향 방법론입니다. 글쓰기와 수영을 좋아합니다. 블로그를 통해 관심사를 공유합니다. 제 블로그에 관심 있으시면 아래 RSS나 즐겨찾기로 편하게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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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상큼민트 2007.07.08 19: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후기를 여기에 올리셨군요^^
    아하핫^^ 책을 통해 만난 인연은 참 좋은 듯 해요^^

  2. 이윤하 2007.07.09 09: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동헌이에 글을 읽는 재미가 쏠쏠해^^

  3. BlogIcon 미디어몹 2007.07.09 17: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산골소녀 회원님의 포스트가 미디어몹 헤드라인에 링크되었습니다. 다음 헤드라인으로 교체될 경우 각 섹션(시사, 문화, 엔조이라이프, IT) 페이지로 옮겨져 링크됩니다.

  4. arma 2007.07.10 10: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밌었나보네.. 긴시간 같이 있었네...
    글이 읽기가 참 편하고 좋다... 왠지 운율이 살아있는듯한 느낌...

    글쓰기의 달인이 되어가는 건가? ㅎㅎ

    • BlogIcon 산골 2007.07.10 12: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칠맛 난다...
      읽는 재미가 쏠솔하다..
      운율이 살아있는것 같다..

      제가 듣고 싶은 최고의 칭찬들 입니다. 으흐~

      그리고 저는 팀장님 말씀 듣다보면 빠져들것 같아요 ++;

  5. BlogIcon readventure 2007.07.11 07: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산골소년님, IT맨이면서 책을 놓지 않는 멋진 분이셨군요! 산골소년과 IT와 책이라...

    산골소년님이야 말로<생각의 탄생>에서 얘기하는 창의성을 발현하기 위한 생활이 배여있는 분 같아요.

    특히 자기소개를 인상깊게 읽고 갑니다. 블로그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BlogIcon 산골 2007.07.11 09: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안녕하세요~ 산골소년 이미지가 너무 옛날스럽나봐요~ ;;

      베스트 뉴스 축하드리고요~~

      같이 책을 주제로 삼고 있으니깐 자주 교류해요~ 헤헤~

      고맙습니다 ^^

  6. 실비아 2007.07.13 12: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후기를 이제야 봤네요. 호호- ㅋ 그 길것만 같은 시간들이 이야기 꽃을 피우는 사이 지나가버려 마지막엔 늘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것 같아요. 아참, 책나눔할 때 사실 남한산성이 저도 읽고 싶었는데 말이죠. ㅋ 경쟁률이 치열하여 포기~ 했답니다. 껄껄 ㅋㅋ; 담에 기회가 되면 읽어봐야겠어요. ^^

    • BlogIcon 산골 2007.07.13 14: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때 실비아님하고 대화를 못해서 아쉬웠어요~

      그리고 남한산성 담에 무조건 실비아님 보세요~!

      지요님한테 제가 독후감 꼭 쓰라고 장난했는데~

      쓰실라나 모르겠네요 하하~ ^^

      멀리~ 있는 이 글까지 읽어주시고 너무 고마워요 헤헤~ ^^

      다음 모임때 봬요~ ^^

  7. BlogIcon 2008.04.23 14: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산골소년님! 혹시 네이버 북카페 책좋사 회원이신 건가요!!!???
    오호!
    제가 관련된 트랙백 하나 보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