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5/26 16:40

우리 집의 새로운 비싼 자산 에어컨 설치

몇 년 전부터 집집마다 에어컨이 설치되면서 주택가에 실외기가 흔히 보였다. 왠지 실외기의 바람은 집안의 뜨겁고 오염된 공기를 뿜어내는 것 같고 에어컨에 소모되는 많은 에너지는 자원 부족한 우리나라에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생각도 숨이 턱턱 막히는 거대한 폭염이 몰려오는 여름날에 달궈진 신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짜증을 내는 날이면 위의 고상한 생각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다른 집보다 훨씬 더운 지금의 집으로 이사오면서 재작년, 작년의 폭염은 땀 많이 흘리고 몸이 쉽게 달아오르는 나에게 있어 괴물 과도 같았다.

올해도 여지 없이 다가오는 괴물을 피하기 위해 우리 집은 에어컨을 살 것이냐 말 것이냐를 놓고 계속 고민했다. 사자니 우리 형편에 비싸고, 안 사자니 괴물이 두렵고, 에어컨은 내 돈으로 사기 때문에 선택은 내가 해야 했다. 그런데 나의 선택을 도와준 것은 작년에 쓴 한편의 일기 때문이었다.

“2005년 7월 25일 월요일 - 폭염
 21살 길었던 군 훈련 때 는, 선풍기 바람 한번 쐬어 보는 것이, 차가운 물 한잔 마셔 보는 것이, 샤워 제대로 한번 해볼 수만 있다면 이 무더운 더위를 한번에 날릴 수 있으리라 꿈 꿨었다.
 지금은 이것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자유롭게 하더라도 온 도시가 찜질방 같은 습기 찬 지금의 더위는 그 자유를 느끼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일요일 날 집에 있는데 도저히 쉬는 것 같지가 않았다. 차라리 회사에 있을 때 가 더 좋은 것 같다. 도저히 안되겠기에 마침 외삼촌 생신이라 해서 외갓집으로 피신 갔다.
 피신이라고 말할 정도로 정말 지금의 더위는 무서웠다. 외갓집 에서 나는 진정한 더위로부터의 자유를 느꼈다. 그 자유를 느끼게 해준 것은 에어컨이었다.
 에어컨이야말로 더위로부터 자유롭게 해주는 문명의 발달 최고의 혜택이라는 것을 느꼈다. 전기세 많이 나오고, 환경에도 그렇게 좋지 않을 것 같은 에어컨이 다시 보이는 날이었다.
 지금의 더위가 계속된다면, 휴가 때 집에만 있는 것은 상상을 못할 일일 것 같다. 당장 문명의 혜택인 에어컨의 혜택을 누릴 수 없다면 산이나 계곡 같은 자연의 혜택이라도 누리고 싶은 것이 요즘 더위로부터 땀이 한 방울 나올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이다. 그래서 그 생각을 억만번 하고 있다.”

그 괴물의 괴롭힘에 신음하며 기진맥진해 쓴 이 일기를 읽고 결국 나는 에어컨을 샀다. 오늘 기사 아저씨들이 에어컨을 설치해주었다. 오늘부터 허름한 우리 집에 빛 이날 정도로 고급스러운 에어컨이 위풍당당하게 놓여있다. 그래서 올해는 폭염이라는 괴물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할부 값이 조금 부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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