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5/10 22:58

고수들의 세계로 출정하다

아무것도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세상에 나가는 것은 두렵다. 그럼에도 굳이 세상에 나가고 싶다면 창피함을 감수하고 좌충우돌 하면서 세상에 나아가는 방법과, 창피함을 최소화 하기 위한 준비과정을 거친 후 세상에 나아가는 방법이 있을 것 이다.

잘 생각하면 창피함을 감수하면서 좌충우돌 나아가는 것이 나중에 더 추억이 되고 많이 배울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수줍음이 많아서 굳이 기다림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친구들을 보기 위해 서울에서 강릉 가는 버스에서 나는 몹시 지루해했다. 나의 준비는 즐겁기는 했지만 남이 보기에는 강릉 가는 버스 안처럼 지루했을 것 이다. 이제 강릉에 도착해서 보고 싶은 친구들과 만나면 버스 안에서의 지루함은 영영 사라지듯이 나는 지금의 지루함을 즐거움으로 바꾸기 위한 출정을 시작했다.

일단 책 카페 4군대를 가입하고 가입인사를 했다.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고향 친구처럼 통하는 사람이 있듯이 나는 왠지 끌리는 감을 믿는다. 다행히 4군대 중 하나가 왠지 끌리는 감을 느꼈다. 그 곳에 가입인사를 하고 그나마 제일 잘 썼다는 ‘김훈, 남한산성’ 서평을 올렸다.

그런데 서평을 올리고 다른 멤버가 쓴 서평을 보니 하나같이 요즘 말하는 ‘포스’가 느껴진다. 작은 글자들이 합쳐져서 보여지는 서평 전체의 모양새는 군대 사열할 때처럼 반듯하게 정렬되어 있고, 문장들은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이 쓴 것처럼 정통적이면서 깊이 있게 꾸며져 있고, 문장의 앞뒤 연결은 전문 칼럼니스트가 쓴 것처럼 짜임새가 촘촘하고 탄탄하다.

순간 머쓱했다. 그러나 처음 올린 서평만큼은 믿기로 했다. 이것만큼은~ 이란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다른 서평은 그냥 올려서는 안되겠다. 사포로 거친 나무 다듬듯이 조금 더 다듬어야겠다.

조금 더 다듬는 귀찮음이 있더라도 나는 이미 고수들의 세계로 출정 했다. 고수들과 즐겁고, 재밌게 어울리면서 나도 어느새 고수가 되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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