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배운지 3개월을 채워가도 나는 물에 뜨지 못했다. 물에서 나의 몸은 불구의 몸이었다. 포기하기 직전 그야말로 갑자기 내몸이 공중부양 했다. 공중부양한 내몸이 앞으로 나아갔다. 겨우 15미터 가는데 성공하고 일어섰더니 폐가 헐떡였다. 나는 감격에 차서 이렇게 말했다. "수영은.. 하늘을 나는 방법이구나."

만약 우리 사는 세상이 무중력 상태가 되고, 공기의 밀도가 물의 밀도와 같다면 우리 사람들은 어떻게 이동할까 생각한적이 있다. 결국 수영 영법의 변형으로 이동할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구의 공기가 사람의 스트로크로 잡아채지 못해서 그렇지 만약 공기의 움직임을 사람이 조절할 수 있다면 우리 사람은 마치 수영하듯 하늘을 날 수 있을 것이라 상상했다. 그래서 수영은 사람이 하늘을 나는 방법이다.

수영실력에 탄력이 붙으면서 나는 내 수영의 1단계 완성은 400미터 혼영 완주라고 생각했다. 400 혼영은 접영, 배영, 평영, 자유형을 각각 100미터씩 역영하는 방식이다. 400혼영은 수영의 4대 영법을 균형있게 연습하면서 지구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연습 방법이다. 수영을 배운 사람은 알겠지만 400혼영이 1000미터 자유형보다 어렵다. 이유는 그 어렵고 힘들기로 악명높은 접영 때문이다. 접영 50미터 이상 완주하는것은 굉장히 힘들다. 그리고 여러 영법을 바꿔가면서 하는 일이 피로도를 더 크게 한다. 그래서 혼영 400의 자연스러운 완주가 내 수영실력의 1단계 완성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혼영400미터 이상을 비교적 자연스럽게 완주하면서 다양한 영법으로 하늘을 나는 듯한 상상을 하곤 한다. 보통 수영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영법이 물고기나 개구리와 같다고 상상하곤 한다. 그러나 나는 유별나게 비행기가 되어 하늘을 나는 상상을 한다. 400미터 혼영을 뛰면서 나는 하늘을 나는 상상을 한다.


+ 접영, 폭격기

기나긴 날개를 펼친 거대한 폭격기가 굉음을 내며 발진한다. 폭격기의 움직임은 묵직하면서 압도적이다. 무거운듯 하지만 빠르게 나아간다. 폭격기가 저공비행한다. 주변의 모든 사물이 그 위용에 긴장한다. 마치 산속의 거대한 호랑이의 존재감과 같다. 주변의 모든 사물이 그 화려한 형상과 움직임에 눈을 땔수가 없다.

물속 웨이브를 탄다. 몸이 긴장하면서 출수를 준비한다. 두손으로 많은 양의 물을 한방에 뒤로 잡아채야 한다. 에너지가 소모된다. 몸이 긴장한다. 두팔로 물을 부드럽지만 힘차게 뒤로 밀어낸다. 얼굴이 물밖으로 나온다. 내 두팔 두 날개를 쫙 펼친다. 두팔이 원을 그리며 수면을 저공비행한다. 다시 잠수하여 물속 웨이브를 탄다.

접영을 처음 봤을때 나는 수면에서 펼쳐지는 그 화려한 동작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처음에는 참치때의 수중쇼를 보는것 같기도 했고, 춤으로 따지면 비보이처럼 화려했고, 지금에는 마치 폭격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가졌다. 혼영을 할때는 접영을 제일 먼저 한다. 접영을 제일 먼저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접영이 제일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 50미터를 갈때는 나름 내 자신이 폭격기라 생각하고 폼에 신경쓰며 역영한다. 그러나 턴을 하고 100미터 고지로 갈때는 힘들어서 헥헥 거리기 시작된다. 특히 팔에 힘이 빠져서 팔이 따로 노는것 같다. 덜덜 거리는 폭격기 같다. 겨우 100미터 고지를 찍는다.




+ 배영, 헬리콥터

헬리콥터 힘의 원천은 원을 그리며 힘차게 도는 프로펠러에 있다. 꼬리 날개는 헬리콥터의 균형을 잡아준다. 배영을 할때는 팔을 크게 원을 그리며 물속으로 넣는다. 그리고 마치 용수철처럼 팔을 접었다가 강하게 물을 찬다. 다시 크게 원을 그리며 팔을 리커버리한다. 이 동작은 마치 헬리콥터의 대형 프로펄러를 연상케 한다.

배영을 할때는, 자유형처럼 발을 찬다. 몸이 가라앉는 것을 막고 추진력을 얻게 해준다. 이 발의 역할이 헬리콥터의 작은 프로펠러와 닮았다. 그래서 배영은 헬리콥터를 연상케 한다. 정신없이 팔을 교대로 돌려가며 물을 차주고, 발로 추진력을 얻고 균형을 얻는 몸동작을 할때면 나는 멋진 헬리콥터가 되는 상상을 한다.

접영때 쌓였던 근육의 피로가 배영 100미터를 뛰면서 조금 안정되었다. 그러나 코에 물이 들어갈때 잠시 헥헥~ 거린다. 다리가 종종 가라앉는것 같아 정신이 없다. 배영 100미터 턴~ 이제 평영이다.




+ 평영, 초 경량 항공기

초 경량 항공기를 상상한다. 초 경량 항공기는 가장 느리고 가장 약하지만 가장 힘이 덜드는 항공 수단이다. 초 경량 항공기는 자신의 동력의 힘으로 움직이기도 하지만 바람의 힘을 이용해 바람을 타면서 나아간다. 자신의 힘을 아끼고 바람의 힘을 이용해 앞으로 나아가는 초 경량 항공기를 탔을때의 느낌이 이럴것 같다. 평영을 할때 나는 초 경량 항공기를 상상한다.

팔을 저으며 몸을 수면으로 내보냈다가 다시 수면으로 넣으면서 개구리 발차기를 한다. 그리고 나는 내 몸을 최대한 유선형으로 만들어 개구리 발차기로부터 얻은 추진력에 내몸을 실어 앞으로 나아간다. 이 추진력은 약하고 느리며 미약하다. 그러나 그 약하고 느린 그 순간에 내몸을 온전히 물에 맡겨 앞으로 나아갈때면, 나는 내 몸을 안심하고 물에 맡길수 있다. 내가 물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물이 나를 움직이는 편안한 느낌, 이것이 평영이다. 마치 초 경량 항공기와 같다.

평영을 하면서 체력회복을 한다. 평영도 제대로 하면 정말 힘들지만 대충하면 제일 쉬운것이 평영이다. 평영 100미터 턴~ 이제 자유형이다.




+ 자유형, 전투기

꼬마때 감명깊게 본 영화중의 하나가 탑건이다. 나이스 가이~ 탐크루즈, 세련된 음악, 전투기 중에 최고 멋있는 F14 톰켓~, 전투기는 경이로운 기체이다. 전투기는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사물이다. 그 경쾌하고 날렵한 움직임을 대신 비유할 사물과 동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차원과 격이 다른 전투기의 움직임에 바람이 비명을 지른다.

일류 스프린터 수영 선수들의 자유형을 보면 마치 굉음을 내며 경쾌하게 돌진하는 전투기를 연상케 한다. 발에서 엄청난 물보라가 튄다. 수영 선수의 발에서 튀는 엄청난 물보라는 마치 F14의 쌍발엔진에서 내뿜는 불과 같다. 수영 선수가 두 팔을 미친듯이 물 속으로 꽂아넣는다. 전투기가 목표물을 향해 애프터버너를 키고 무섭게 돌진하는 형상과 같다. 정말이지 일류 스프린터 수영 선수들의 자유형을 보면 경쾌하고 날렵한 전투기와 같다.  

나는 전투기가 되어 앞으로 나아간다. 자유형은 힘이 덜 들면서 사람이 가장 빠르게 물속에서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이다. 접영이 멋있네 평영이 편하네 해도 자유형의 그 효율에는 못 미친다. 사실 나는 아주 느린 전투기가 되어 살살 앞으로 나아갔다.




+ 그리고 1000미터 더, 장거리 비행

400 혼영을 뛰고 다시 턴~ 나는 쉬지않고 계속 날아간다. 나는 내 머릿속의 미터 카운터를 0으로 초기화 했다. 그리고 다시 처음부터 카운터를 잰다. 나의 카운터는 1000미터를 목표로 삼고 있다. 다시 자유형으로 1000미터를 갈 것이다. 고약하고 고단한 일이 될 것이었다.

혼영으로 무질서하게 사용됐던 근육이 평형을 찾지 못한다. 물을 저을때마다 팔의 근육이 피로한 나머지 미세하게 떨린다. 머리가 지끈 아프고 다리는 가라앉는것 같다. 숨도 고르지 않다. 처음 300미터가 제일 힘들다. 특히 팔의 근육이 물을 밀어낼 때마다 얼마나 견뎌낼지 힘들어서 아슬아슬한 경우가 많다.

300미터가 지나면 오히려 희한할정도로 몸이 안정됨을 느낀다. 반복된 자유형의 몸짓에 내몸의 근육이 적응된것 같다. 그래도 생각처럼 쉽지 않다. 빨리 완주했으면 하는 조바심이 강하다.

수영 장거리를 뛰면 반복되는 동작속에 머릿속은 그 어떤 잡념도 없어지고 일종의 깊은 명상에 빠지는 느낌이 든다. 특히 신기한 경험은 내 손에 기가 모이는 듯한 착각이 들 때이다.


왼팔을 쫙~ 펴고 스트로크 하기전 손가락을 살짝 벌린다. 그러면 살짝 벌린 손가락 사이에 물이 달라붙는 그런 느낌이 든다. 마치 손에 장력이 생기는 그런 느낌이다. 이 묵직한 느낌을 잠깐 간직했다가 확 뒤로 밀어낸다. 이 느낌을 나는 손에 기가 모인다고 상상하곤 한다. 손에 장력이 생기는 느낌, 마치 만화속의 장풍을 쏘는것 같아 즐겁다. 오른팔 보다는 왼팔에서 이런 느낌이 강하다.


수영 1400미터를 날다보면 그 단순한 동작속에 고통과 인내, 즐거움과 목표등의 인생의 중요한 요소를 느낄수 있어 좋다. 그러나 무엇보다 좋은점은 그 순간 나는 하늘을 날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가 갈고 닦은 멋진 폼으로 하늘을 날고 있다는 것이다. "수영은 하늘을 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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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산골
산골 블로그 소개 저는 하얀머리 개발자와 작가를 꿈꾸는 블로거 산골 입니다. 프로그램 개발자로서 저의 관심사는 개발자의 숨통을 트여준 아이폰 개발, 철학과 같은 깊이가 있는 객체지향 방법론입니다. 글쓰기와 수영을 좋아합니다. 블로그를 통해 관심사를 공유합니다. 제 블로그에 관심 있으시면 아래 RSS나 즐겨찾기로 편하게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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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대네브 2010.05.07 13: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우~ 신선한 글이네... !!!

  2. BlogIcon 나모 2010.11.16 13: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미있는 비유이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