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지금의 내가 형편 없더라도 나의 형편 없음을 정당화 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꾸준한 피드백을 하려고 노력하기 입니다.

프로그래밍을 하던 글쓰기를 하던 그 결과물이 형편없더라도 피드백을 통해 지금의 결과물 보다 더 나은 결과물을
앞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블로그는 댓글, 추천 개수, 트랙백 등으로 다양하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저는 피드백의 도구로 블로그를 좋아합니다.

그러나 저는 '불편한 피드백'은 기피하고 싫어하고 상처받았습니다. 불편한 피드백 이란 ‘내가 잘한다고 생각한 분야나, 전혀 인식하지 못한 분야에 대하여, 사실은 형편 없었음을 지적받는 피드백’ 이라고 정리해 보았습니다.

예를 들면 최근에 포스팅 했던 ‘내가 네트워크 프로그래밍을 조금은 안다고 생각했는데 기초도 부족함을 지적받았던 피드백’ 이라 던가 ‘나 혼자 일기 썼을 때는 글 잘쓰는 줄 알았는데 블계(=블로그 스피어)에 뛰어드니 우물 안 개구리 였던 피드백’ 이나, 회사 형님들이 '글만 그럴듯 하게 쓰지 말고 실천도 해라~' 등이 모두 불편한 피드백에 해당 될 것 같아요.

지금은 이런 불편한 피드백도 소중한 경험이라 생각하고 좋게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다시 책을 많이 읽기 시작했어요. 특히 ‘인문학’ 책을 많이 읽고 있습니다. 생각의 탄생, 새로운 사회를 여는 희망의 조건, 하나의 대한민국 두개의 현실, 경제학 프레임, 글쓰기 공중부양 등의 인문학 책들을 읽었는데요. 한권한권 읽을때마다 당장은 표현할 수 없지만 내공의 깊이가 조금씩 늘어가는 것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진중권의 호모코레아니쿠스' 라는 책을 읽었어요. 장기간의 독일 유학과 자신이 습득한 지식을 통해 한국인의 습속(=국민성=정체성과 비슷한 개념)을 분석한 책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책을 읽고 바위로 나를 짓누르는 불편한 피드백을 느꼈습니다. 한번 비유를 해보자면 군대 갔다온 분이라면 이런 경험 있잖아요. 처음에 군대 가면 정식 훈련을 받기 전에 사복을 입고 대기를 합니다. 대기를 할 때는 조교들과 농담 따먹기, 애인 얘기를 하며 친구처럼 형, 동생처럼 편하게 지내지요. 그러다가 입소가 확정되는 순간 갑자기 조교들이 고함을 치며 돌변하기 시작합니다. ‘좌로 굴러~ 우로 굴러~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 머리 박어~!’

이런 허를 찌르는 불편한 피드백을 진중권의 호모코레아니쿠스를 통해 경험했습니다.


그렇다면 책의 내용이 궁금하실건데, 한국인의 습속을 분석하는데 있어서 긍정적인 평가는 발톱의 때만큼 있을까 말까 하고 대부분 부정적인 평가로 가득합니다.

급속한 근대화로 물질적인 산업은 발달했을지 몰라도 한국인의 습속은 군대적이고 자극적이고 감정적이고 정제된 지식을 표현하는 문자문화 보다는 악플처럼 가볍게 내뱉는 구술문화가 한국을 지배한다~ 한마디로 한국은 정념이(이성보다는 비이성적인 감정이) 태양처럼 빛나는 나라~ 라는 분석들을 합니다.

그런데 제가 이 내용에 대하여 불편한 피드백을 받은 이유는 진중권씨의 한국인 지적이 그대로 저에게도 해당되었기 때문이에요. 저는 군대식 생각과 습관이 아직 존재하고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면이 많거든요.

그리고 ‘땅값’에 한국인의 바람직한 이익이 무시되는 정치인과 지역 이기주의자들의 결탁등의, 한국 사회의 비합리적인 움직임에 실망 한 것과 맞물려 더욱 더 불편한 피드백을 느끼게 된 것이지요.

불편한 피드백이지만 사실 너무도 유익한 피드백이라 저는 다시 한번 ‘끝장 리뷰’로 진중권씨의 날카로운 분석을 정리하면서 비판도 나름대로 해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비판할 내공도 부족하고 내용 정리할 내공도 부족함을 느꼈습니다. 한번 읽고는 머리 속이 꽝꽝~ 막혀서 블로그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끝장 리뷰’는 안되겠더군요.

그래서 다음주 시작을 진중권씨의 호모코레아니쿠스 ‘끝장 리뷰’로 시작하려고 했던 저의 계획은 실패하고 이렇게 그냥 내 생각을 쓰게 되었습니다.


진중권씨의 호모코레아니쿠스를 읽고도 느꼈는데 인문학 책이 전해주는 내공의 깊이가 당장은 밖으로 우러나오진 않겠지만 어마어마 한 것 같아요. 옛날에 가벼운 자기계발책 읽지 않고 이런 인문학 책을 읽기 시작했다면 지금 뭘해도 달랐으리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저는 누구나 그렇듯 진정한 카리스마, 진정한 자신감을 가지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런 진정한 카리스마와 자신감은 자기계발책을 읽고 한번에 변신 할 수 있는게 아니라, 내 가치관의 철학적 이론적 토대가 튼튼하게 갖춰있을 때 자연스럽게 우러나올 것이란 기대를 가지면서 천천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길에 인문학 책이 도움이 많이 되고 있습니다. 인문학 책 많이 읽고 내공 가득한 글쓰기에 노력해야겠습니다.

여러분도 독서를 계획 중이시라면 인문학 책을 우선 추천합니다.


덧1) 몇 주뒤 진중권의 호모코레아니쿠스 리뷰를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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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산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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