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23 21:52

4년 동거동락 깊은 동료애, 센스 과장님의 결혼식

어제 외숙모 환갑잔치에 이어 오늘은 우리회사 과장님의 결혼식을 갔다. 연이은 행사에 몸은 피곤하지만 기쁜 마음으로 결혼식에 갔다.

4년 동거동락 하던 과장 형님의 결혼식이었다. 과장님의 결혼식은 뜻 깊다. 과장님과 나는 4년 동안 과장님의 결혼 성공을 위한 여러 고민을 나눴다.

젊은이의 가장 큰 고민 두 가지가 일과 사랑이 아닌가. 과장님은 인생의 큰 목표 중 하나인 평생의 반려자를 찾기 위해 많은 투자를 했다. 지금의 예쁘고 착한 형수님이 우렁각시처럼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과장님이 그동안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았기에 지금의 형수님을 얻은 것이다.

이런점은 내가 배워야 한다. 이것뿐만 아니라 과장님은 배울점이 많았다. 내가 처음 신입사원 때부터 지금까지 내 위에서 나랑 동거동락 일을 하며 배웠던 분이다.

내가 지금까지 일을 하면서 여러 유형의 일을 잘하는 사람을 보는데 나는 일을 잘하는 사람을 3가지 부류로 보고 있다.

- 기술력이 뛰어난 사람
- 센스가 뛰어난 사람
- 대인관계가 뛰어난 사람

과장님은 센스가 뛰어난 사람이다. 어떤 어려운 문제라도 과장님은 센스있게 잘 헤쳐나갔다.

지금의 형수님도 센스 있는 과장님 모습에 반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과장님은 사람을 보는 눈도 센스가 뛰어나다. 무슨 말이냐 하며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가 말을 안해도 내 표정과 행동을 보고 바로 꿰뚫어 본다는 것이다.

과장님은 나의 속마음을 꿰뚫고 있다. 때로는 과장되게 꿰뚫어 보기도 하는데, 그럴 때 나는 지나치다 싶어서 투덜거리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나의 속마음을 여지없이 꿰뚫어 보고 있다.

얼마전 ‘싱글벙글 개발자, 내가 느낀 최고의 동료애’란 글을 올렸다. 모처럼 큰 반응이 있었다. 글 자체로 보면 감동적인 글 내용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회사 전후 사정을 미루어 짐작하면 회사 선배들에게 오해를 살 여지가 있었다.

오해를 살 여지를 만든 것은 두가지였다.
- 싱글벙글 개발자에게 느낀 따뜻한 동료애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었다. 왜냐면 극한의 상황에서도 한번도 언쟁을 높이지 않고 웃으면서 십시일반 서로 도왔기 때문이다.

- 그런데 더욱더 극적인 요소를 만들기 위해 주목을 끌만한 제목 선정(원래는 ‘따뜻한 동료애’로 했다가 글 발행 할 때 ‘최고의 동료애’로 바꿈)과 글 전개 할 때 힘들었던 과정을 특히 부각할 필요가 있었다.

두번째는 내가 잘 하지 못한 부분이다. 과장님은 내 입장에서 나를 이해해주며 위로해 주었고, 이것은 네가 잘못했다며 나를 지도해주었다.

이것이 깊은 동료애이다.

‘최고’라는 단어는 왠지 자극적이다. 무엇인가를 과장하거나 감추기 위해 쓰는 단어 같다. 최고라는 단어는 너무 극단의 표현이라 한결같이 유지되기가 어려울 것 같다.  

‘깊다’는 단어는 틀리다. 깊다는 단어는 몇백년 묵힌 프랑스산 와인의 향과 우리나라에서 몇백년을 꿋꿋이 버틴 고목의 향기가 생각난다. 최고의 향기를 느낄 수 없을지는 모르지만 한결같고 은은한 향기를 뿜어낼 것이다.

최고라는 단어를 썼던 동료는 진짜 감탄할 정도로, 엄지 손가락을 내밀 정도로 대단했고 나는 과장하는 것이 아닌 담백한 사실만을 기록했다. 그러나 아직 깊이 있게 사귀지는 못했다.

그러나 깊은 동료애를 느끼는 과장님은 언제나 한결 같은 모습으로 나를 지켜보고 때로는 격려와, 때로는 지도를 아끼지 않았다.

내가 정말 힘들 때 누가 나를 찾아줄 것인가. 나는 깊다는 단어가 좋다. 은은하고 한결 같은 향기가 좋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쓴다면, 아무리 벗어날려고 노력해도 아직은 상사들 손바닥 안에서 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경력도, 나이도 어느 정도 찼기에 내 나름의 자부심을 가지고 상사들 손바닥을 벗어나고 싶은 반발심이 있었지만 상사들은 여전히 손바닥 안에서 나를 꿰뚫어보고 있었다.

언젠가 자연스럽게 벗어날 때까지 노력도 하면서 깊은 동료애로 계속 배워야겠다.

“4년 동거동락 깊은 동료애, 센스 과장님의 결혼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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