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02 22:37

학력위조 학사 장교, 그들은 왜 그랬을까.

무심코 뉴스를 보던 중 놀라운 사건을 접했습니다. ‘외국 대학의 허위 학력으로 임관한 학사장교 출신 전 현직 육군 장교가 무더기로 적발돼 임관이 취소되고 검찰과 군 검찰에 기소되는 초유의 사태’ 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요즘 삼성 비자금, 연예인 학력위조, 신정아 사건, 아프간 납치 사건 등의 말초신경 구석구석 자극하는 사건 속에 묻혀 그나마 조용하게 넘어가는 사건일수도 있겠지만 ‘사기’ 쳐서 나 하나 잘살겠다는 이기주의가 우리나라 생명을 지키기 때문에 깨끗해야될 군대까지 침투한것에 여타 말초신경 건드는 사건처럼 어이없고, 다시는 이런일이 없도록 강력하게 처벌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군대를 잘 모르시는 분들은 이런 의문이 드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냥 마음 편하게 병으로 갔다 오면 되지 굳이 위험 부담 무릎쓰고 장교를 갈 필요가 있었을까? 차라리 병역회피를 하지 그랬어? 이 물음에 오히려 저는 학력위조를 한 엉터리 장교들이 잠깐 이해가 가기도 했습니다.

피할수 없다면 즐겨라~ 라는 말이 있듯이 어차피 겪어야 할 일이라면 알차게 보내는게 좋을것입니다. 저는 군대생활을 가장 알차게 보내는 방법중의 하나가 ‘학사 장교’로 복무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대부분 젊은이들이 경험하는 평범한 ‘병’ 생활은 자기가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알찬 생활을 보내기가 힘이 듭니다. 쫄병때는 부대와 고참 허드렛일 하다가 시간 다 보내고, 말년이 되면 만사 귀찮기만 하여 소중한 젊은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 갑니다.

특히 제가 생각하는 ‘병’의 안 좋은 점은 군대 생활 알차게 보낼려고 기술병으로 가도 주어지는 일이 ‘허드렛일’이라는 것 입니다. 부푼 꿈을 안고 무슨 무슨 기술병으로 들어가도 부사관, 장교들 조수 역할에 그치니 자기가 특별히 노력하지 않으면 군대 생활을 알차게 보내는 것은 힘이 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부사관’으로 복무했습니다. 부사관으로 복무하기 위해 시험도 보고 땡볕에 15주 동안이나 훈련 받고 임관식 날 하사 뱃지를 달았을 때 느꼈던 자부심과 기쁨은 컸습니다.

조금 나오는 월급도 목돈은 목돈인지라 좋았고, 배우는 기술들도 사회 생활에 도움되는 기술이었습니다. 그러나 부사관의 단점은 직업군인이 아니라 단지 의무복무만 하고 싶을 경우 복무기간이 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저는 정확히 훈련기간 포함하여 ‘4년 4개월’을 복무했습니다. 20대의 절반을 군대에서 보낸 샘이고 그래서 얻은 것도 많았지만 다른 젊은이들이 누렸던 기쁨들을 누리지 못한 단점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부사관은 아무래도 장교에 비해 금전적, 명예적으로 대우가 좋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만약 단기 복무 관점에서 본다면 ‘학사 장교’는 병의 장점과 부사관의 장점을 합친 최고로 알찬 복무 방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첫번째로 합리적인 복무기긴 입니다, 장교의 복무기관은 ‘훈련기간+3년’ 입니다. 보통 15주의 훈련을 받으니 3년 4개월 정도가 되겠군요. 일반 회사 수준의 월급을 받으면서 3년만 복무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길지도, 짧지도 않은 적당한 복무기간으로 학사 장교 지망생들이 많이 탐내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두번째로 일반 회사생활과 거의 동일하게 받는 월급입니다. 제가 부사관으로 복무했을 때 또래 병들과 이런 대화를 종종 나눈적이 있었습니다.

“병: 저는 이번에 월급 몇 만원 받았는데 김하사님은 얼마나 받으셨나요?”

“김하사(지금 산골소년): 어~ 나는 이번에 백얼마 정도 받았는데.. 너무 적네~ 흠냐~”

“병: (허탈한 눈으로 한참 나를 보다가..) 김하사님 세상 참 불공평 합니다. 언능 쏘세요~! @@;”


정말 병과 비교하면 몇 십배 차이나는 월급을 받았습니다. 당연히 장교는 부사관보다 더 받겠죠. 장교를 가게 되면 군대 생활을 하면서 일반 회사와 동일한 월급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세번째는 명예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제가 회사 생활을 해보니 아무리 고상하고 차분한 남자분들이라도 술 한잔 하고 군대얘기가 나오면 ‘너 어느 부대 출신이야~’ 하며 걸출하게 군대 얘기를 하시더군요. 이렇게 군대는 대한민국 남자들의 로망이 담긴 특별한 문화 코드 입니다. 그런데 자기가 만약 군대를 면제 받았다거나 공익출신이라고 했을 때는 술자리에서 군대 얘기가 나올 때 아무래도 조금은 움츠려 들게 될 것입니다.

장교로 가면 군내에서도, 제대해서 사회생활 할 때도 명예를 얻을 수 있습니다. 군 복무 할 때는 관리자로서 리더십을 키울 수 있고, 병과 부사관은 위치에 맞는 대우를 해주며 (물론 소위라고 무시할수도 있겠지만 업무 잘하면 존중해줍니다.), 제대 후 사회생활 할 때도 명예롭고 떳떳 할 수 있습니다.

기타 병들은 한창 팔팔할 나이에 2년동안 내무실에서 통제받는 생활하지만, 장교는 일과 후 자유시간 가질수 있고, 자기 차도 가질 수 있는 등 일반 직장 생활과 거의 똑같이 할 수 있다던가, 여차하면 아예 직업 군인으로 평생 직장 할수 있다는 점에서 ‘학사 장교’는 ‘병’과 ‘부사관’이 갖추지 못한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알차게 군대생활 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복무 방법입니다.

‘학사 장교’가 이렇게 장점이 많을 것인데, 이런 장점을 잘 알고 있는 ‘이기주의 젊은이’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학사 장교’를 갈려고 했을 것입니다. 그 사람들 자체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들이 어차피 사기를 칠 사람들이라면 이런 사기는 충분히 이해가 가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부패 정치인, 성폭행범 등의 범죄인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 일상화된 요즘에 가짜 학사 장교들이 그 어떤 처벌보다도 심한 처벌을 받는다고 합니다.

바로 병으로 입대하여 처음부터 군생활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저 같으면 도저히 상상도 못할 가혹한 처벌입니다.

대한민국에 아직 이렇게 강력한 처벌이 있다는 것에 안심했습니다.

우리나라 생명을 지키기에 깨끗해야 될 군대에서 다시는 이런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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